2009. 8. 12. 13:23

음악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제는 비밀 아닌 비밀병기가 있습니다
혹자는 이것때문에 립싱크 붕어가수가 양산되었다고 한탄하고
다른 혹자는 이것이 음악의 다양화를 불러와 풍성한 장이 만들어졌다고 하지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겠지만
녹음실에 한번이라도 갔다왔다면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오토튠(Autotune)' 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애초에는 녹음실에서 녹음한 가수의 음정이 살짝 살짝 어긋난 것들을 보정해주는 도구로 사용되었는데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현재로는 거의 대부분의 가수들이 사용합니다
과거 80년대에 Adat에 BRC 쓰면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한방에' 녹음을 끝냈다는 가수들이면 모를까
90년대 후반부터 들리는 대부분의 가요와 팝에는 오토튠이 기여하지 않은 보컬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가창력을 무기로 삼는 가수들도 음반에서 튠된 음정을 선보이는것이 이제는 당연한 시대니까요
과거에는 부자연스럽던 튠질도 이제는 투명메이크업처럼
안한듯 한듯 보정할 수 도 있고 노래 전체를 만져도 어색함을 느끼기 어려울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답니다

그때부터 변혁기였다고 봐도 좋겠습니다
폭발적으로 음악 시장이 팽창했던 시기이면서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다양화와 획일화가 동시에 일어났던 시기였으니까요
이 변혁을 이끈 것에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 오토튠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오토튠이 적극적으로 음정을 보정해주면서부터
노래를 그다지 못부르더라도 가수 데뷔했던 사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그렇다 보니 노래의 기량보다 아이디어와 의욕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음악들도 튀어나왔습니다
아이디어가 앞서가는 상당히 창의적인 음악들도 나왔습니다

그 반면에
튠질로 보정된 노래들이 또 다시 상업성과 만나서 잘 팔리는(!) 획일화된 노선을 걷기 시작했고
튠하기 쉬운 (바이브레이션 없고 애드립 적으며 단순한 멜로디의) 음악들이 판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토튠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셰어 이펙트/ T Pain 효과 입니다
요즘 음악들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 효과는
음정 보정효과를 넘어서서 하나의 이펙터로 적극활용한 점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예제로는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안에 들어간
마지막 엔딩에 음정 음정마다 뚝뚝 끊기는 듯 한 느낌을 주는 마지막 보컬입니다

일반적으로 오토튠을 보는 시각은 음악계의 독약! 이라고 봅니다
대표적인 단체가 IZM입니다
거의 모든 평론에서 오토튠의 사용이 발견되었다 하면
별점 한두개쯤 깎고 들어갑니다

음정 보정으로 양산되는 붕어가수들을 경계하는 수준의 이야기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지만

T-Pain이펙트에 대하여 공격을 가하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티페인이펙트가 음악의 획일화를 불러온다는 의견부터....
대세가 되어서 모두들 따라하기에 획일화되어 버린 것에 대해 공격한다면
그렇게 따지면 SSL 믹서에 있는 채널 스트립으로 눌러 만든 매력적인 컴프레싱 역시
보컬 원래의 색깔에 엄청난 착색이 이루어지는데 이 부분은 또 어찌 구분이 가능하실지 의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보컬에 한번은 기타 이펙터를 걸어 엄청나게 디스토션을 준 적이 있는데
이 또한 가령 대세가 된다면 특색 없는 획일화된 보컬이 될는지....

음정 보정툴이기 때문에 당하는 억울한 공격....
음정 보정툴이 아닌 그냥 컴프레서나 플렌저, 스텝필터 같은 툴이었다면
공격이 이렇게 가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겠지만
애석해게도 음정보정툴인 관계로 무조건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닐까?
음정 보정에 대한 것은 오토튠이 아니어도 그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음정을 만져서 보컬을 만져주는 방식은
꼭 오토튠이 아니어도 찾아볼 수 있는것이지요
무적전설(이승환 라이브 앨범)의 부클릿을 잘 뜯어보면
라이브에서 하모나이져를 이용하여 원음에 +10cent, -10cent 된 음을 오버랩해서
보컬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00cent는 12음계의 반음이다)

그리고 저도 필드에서 오토튠을 실제 사용한 방법은
원음 보정도 있었지만
타이밍 밀고 피치 조금 수정해서 보컬 더블링에 사용한 경우도 있을 정도로
오토튠의 사용용도는 다양합니다

더군다나 T Pain효과는 칭찬을 받아 마땅한 것이지
공격받을 이야기는 아닙니다
같은 칼을 받았는데 모두 사람을 찌르는 상황에서
누군가 칼로 요리를 했다면 요리하는 사람은 칭찬을 받아야 하는것 아닌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짧은 지식으로 무조건 오토튠을 쓰면 반박하는 분들....
이승철 '소리쳐' 잘 들어보시면 튠질의 흔적이 살짝 나옵니다
약하게 셰어 이펙트 처럼 먹은 부분은 민감하게 듣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어느정도 엔지니어나 프로듀서가 의도한 부분이라는 느낌입니다)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이 티안나게 쓴 오토튠은 안걸려서 관대하면서
컴프레싱과 마찬가지의 효과로 사용한 오토튠에 대하여는
혹평을 가하는 태도는 마녀사냥에 다름 없습니다.

제 관점에서 보는 오토튠은 독약도 명약도 아닌 그냥 약입니다
잘 쓰면 명약이고 잘못 쓰면 독약인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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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