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0. 15:28
들어가기 전에 지난 게시물의 글은 지난 10년간 음악 산업이 겪어온
변화에 대해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던 내용들입니다

세줄로 요약이 가능하도록 각 항목에 굵은 글씨로 써놓은 요약이 있습니다
요약만 다시 옮겨 오자면
1. 저장방식과 매체의 변화로 음악의 금전적 가치는 거의 사라졌다
2. 제작방식의 변화와 제작비 절감의 필요로 음악 제작 방식은 축소지향적으로 변해간다
3. 향유 문화의 변화는 상품 가치를 갖는 음악의 개념을
 '녹음된' 음악에서 '현장' 음악으로 바꾸어간다
로 정리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가 예상하는 10년뒤 음악'산업'의 미래 모습이지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밝혀야 하겠습니다
무언가 복안이 있어서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은 저 역시 바라는 점이지만
찾지 못한 것이기에, 여기에 대안이나 해법이 될 내용은 그리 많이 서술하지 못할 듯 합니다

여기서 다시 가장 원론적인 부분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서술하겠습니다
음악 '산업' 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입니다
 - 이게 왜 중요한 질문인가 하면
이미 대량생산되는 음악이 그 자체로는 상품 가치를 잃었다고 하면
 음악 산업이라는것 자체가 존재하지 못하는가? 라는 질문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대답으로는 '음악 산업은 그럼에도 존재한다' 입니다

지난 요약의 항목 1, 2, 3에 맞추어 다시 10년 뒤의 상황은 어떠할 지 예상해볼까요?

1. 저장방식과 매체의 변화로 음악의 금전적 가치는 거의 사라졌다
  앞으로의 10년 역시도 음악 자체의 금전적인 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방식의 이런 변화가 거꾸로 일어나는 경우는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음악 산업은 어떤 살 길을 찾을 것인가? 에서 답을 유추해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좀 지난 예로는 자동차 i30 의 광고에 나왔던 '달라송' 이나 샴푸광고에 나오던 '려인' 같은 음악들,
 영화 OST, 드라마 OST 같은 형태로 다른 금전 가치를 갖고 있는 상품들에 함께 들어가는
형태로 음악이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해가 갈 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고 10년 뒤에 남는 메이져한 음악들의 대부분은
이런 형태를 띄게 될 는지 알 수 없습니다

 - 소시가 노골적으로 '초콜렛~'을 외치고 빅뱅이 '랄리팝~!'을 외치는 형상을 보시면
이게 작은 군소 음악 제작사들 보다는 덩치가 좀 있는 기획사나 인지도 있는 가수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임은 자명합니다
 광고로 소비되는 물건, 혹은 제작되는 영상(드라마나 영화)의 프로모션을 위해
곡제작을 스폰받는 형태이니 이건  기획사나 가수나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형태의 '돈벌이' 겠지요


2. 제작방식의 변화와 제작비 절감의 필요로 음악 제작 방식은 축소지향적으로 변해간다
 이 부분은 해가 갈 수록 음악 제작환경을 갖추는 비용이 줄어들게 될 것을 예상하면
 곡 자체의 아이디어 싸움이고 노하우 싸움으로 이어질 확률이 큽니다

 - 10년전 3000만원 정도 들어야 겨우 B급 녹음 시설이 갖춰지던 상황이 지금은
 300만원에 집에서 비슷한 쿼리티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최저 비용이라는것은 있겠지만
10년 후에는 100만원? 심지어 30만원?에서도  비슷한 퀄리티를 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것입니다 -

 결국 누구나 음악을 하고자 마음 먹으면 음악을 집에서 제작할 수 있는 미래가 찾아오겠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사람이 가진 아이디어와 곡 제작의 노하우가 경쟁하는 것이 되기에
 메이저한 작곡가끼리의 경쟁은 어떤 악기, 장비를 갖추고 있는가 ? 에서
 점점 더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며 어떤 노하우를 갖고 있는가? 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게 지금 표절 시비가 더욱 커지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듯 합니다
 아이디어 싸움이 되는 경우에는 더 좋은 남의 아이디어를 갖고 와서 살짝 변형해도 좋은 효과를 보니까요)
 
 그리고 10년 뒤에 개인음악들이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를 띄면서 변별력 없이 홍수처럼 등장할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하는 산업들은 또 생겨날 수 있겠죠
 - 백일장 공모하듯, 아니면 라디오에 사연 보내듯 자작곡을 포스트하고
 그걸로 단돈 10원이라도 수익이 떨어지게 한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롱테일이라는 원리에 충실하게 나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10년 뒤에 살아남을 대리중개 업체가 누릴 것이고, 음악포털이 누릴 것들이리라 생각됩니다

 
3. 향유 문화의 변화는 상품 가치를 갖는 음악의 개념을
 '녹음된' 음악에서 '현장' 음악으로 바꾸어간다

 1번 항목과 연결되어 생각될 수 있지만
오히려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자면 과거의 '노래 잘하는' 가수에서 '상품성' 있는 가수로 가치가 바뀌는 모양을
우리는 지난 10년간 보아 왔습니다
 과거 핑클이나 SES에 열광했던 (저를 포함한) 세대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그때의 춤이나 퍼포먼스들을 지금 날고 뛰는 아이돌들의 것에 비교하자면
 율동이고 상품성 떨어지는 수수한 아이들이 얌전하고 귀엽게(?) 춤추는 모습으로 비취집니다
10년의 변화는 '음악' 자체의 상품성이 떨어진 것을 '볼만한' 가수에서 보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은 또한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성격 뚜렷하고 캐릭터가 분명한 가수가 제대로 먹힐 것이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음악' 잘하는 가수들은 무언가 개인기 하나쯤 없으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2번 항목에서 나왔던 숨어 있던 개개인들이 치고 나오기 시작하면 더욱 '기능성' 가수들은
 살 길이 없어집니다
 이게 참 잔인한 이야기지만 사실이고
그렇기에 10년 뒤에도 살아남는 산업은 공연 산업과 팬덤을 주축으로 하는 음반 산업이리라 예상됩니다
 음악의 퀄리티를 기본적인 수준만큼만 보장한다면 팬덤이 클수록 음반의 판매량이 크다는 공식이
성립되기에 음악 자체보다는 팬덤을 구축하는 작업에 주력하는 것이 가수들의 경쟁이 될 것이며
  
 크고 공개적인 미디어를 활용할 수 없는 가수들의 경우에는 현장음악에 매진하면서
 공연을 통한 팬덤 확보를 해야 하기에 작은 규모의 공연들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큰 기획사건 아니면 개인이 음악활동을 하건 실력이 기본이상만 된다면 경쟁력은 캐릭터와 개성,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 외모등으로 판가름 날 것입니다
 소름돋는 실력이니 이런건 이제 그다지 큰 메리트가 아닌 슬픈 시대가 오는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