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7. 17:31
아직 장르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한 연재는 아직도 진행하지 못한 상태로
또 하나의 급 튀어 나오는 이상한(!) 주제를 이야기해야 함에 참 안타깝다.
내 게으름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듯 하고...^^;;


이 이야기의 시작은 이번 주 수요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와 나누던 문답이 시초였다.

원래는 울 회사에서 발매된 이권희의 '사명 베스트' 앨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CCM이 보여주는 가사가 다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 된 것을 한탄하는 와중

아내가 묻길,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CCM에 어울리는 가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해?"

그때 나의 대답은
"하덕규씨의 음반들...."
이었다.
(솔직히 내가 대답했으면서도 왜 지금까지 이리 가까우면서도 명쾌한 답을 못찾았을꼬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다시 하덕규씨의 앨범안에 있는 가사들을 끄집어 냈고
(네이버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가사들을 찾는 것은 문제가 안될 정도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시금 그 가사들에 놀라게 되었다.

놀란 점이 몇가지 있는데, 한 가지는
그 당시의 상당히 시적이고 은유적인 가사들이다.
지금의 가사들은 매우 직설적이고
그 와중에서 은유적이라고 하는 것이 고작 매직스틱(!) 정도의 가사를 두고 이야기 하는
선전적선정적인 의미를 가진 찌라시글에 나오는 이야기하는 정도인 것을 보면...
시인과 촌장에 나온 가사들은 가사 자체로 하나의 시집을 만들어도 무방할 정도의 것이었다.

두번째는 상당히 거침없이 삶을 터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랑일기에 나오는 인생군상을 보면 가장 잘 알수 있을 텐데,
시적인 표현과 감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양들을 건드리고 있으며
거침없이 일상을 터치하고 있는 가사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정말 감동하면서 한탄했던 내용인것이....
시인과 촌장의 음악을 들으면 기독교적 감수성은 묻어있지만
하덕규집사님이 '기독교 음악을 하겠다'고 노력한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저 삶에서 나온 고민과 깨닳음, 그리고 자기 이야기들을 여기 저기 빗대어 이야기한 것 뿐이다.
근데 내용은 참 복음적이다.


지금의 씨씨엠이라고 하는 음악들에서 드러나는 양상과 많이 다르다.
어떻게 해서든 '주님'이라고 넣지 않으면 CCM이 아니라는 강박관념이 있는지
절대 필수 요소가 있고, 단어 선정과 어법에서도 개역개정판 성경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실하고 성령충만한 단어선정을 꼭 해야만 하는 법이라도 있는듯 한 가사들이다.
고로 가사에 있어서 그 이상의 발전은 거두지 못한 느낌이랄까?
주찬양 1집이 80년대 후반, 시인과 촌장이 80년대 활동했던 것을 생각하면,
CCM에 있어서 가사의 발전은 80년대에 멈춰버린 느낌을 받게 된다.

아이러니 한 상황이지만
80년대 후반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한국에서 CCM이라고 하는 새로운 영역을
처음 부터 개척하다 시피 했던 주찬양은
의도하지 않게도 CCM을 게토화(ghettoization)시켜버린 장본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서태지를 문화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 서태지가 의도하지도 않게
댄스음악이 붐을 이루게 되고 SM으로 대표되는 아이돌문화의 시초를 열었던 것도,
그리하여 대중음악의 획일화를 초래한 것도 
결국 서태지의 영향력이 컸다는 평론가들의 주장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듯 말이다.

 그나마 많은 사람이 오가지 않는 이 방구석에서라도
조그마하게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

http://www.4rest.org/
(하덕규씨의 홈페이지)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