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6. 17:53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감독 맥지 (2009 / 미국, 독일, 영국)
출연 크리스찬 베일, 샘 워싱턴, 안톤 옐친, 문 블러드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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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 볼 일이 정말 없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는 1년 정도 문화생활은 포기하라는 선배(?)들의 이야기는
진정 사실이었나봅니다

5월생이다 보니 터미네이터랑 트랜스포머가 개봉할 타이밍에 딱 갈렸지요
덕분에 지금까지 눈물을 머금고 놓친 영화들이 줄줄이 사탕입니다

그나마 출장가는 비행기에서 운좋게 볼 수 있던 영화가
바로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입니다
(솔직히 밤비행기로 돌아오는지라 필히 자야 하는데
영화를 보기 위해 은근과 끈기로 버텨서 보고야 말았습니다
 - 졸린데다 영어로 본지라 정확한지 확신은 좀 없습니다)

언제나 처럼 서론이 좀 길군요....각설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되짚어보자면
타임트립에 대한 혁신적인 개념을 확립하면서
지금까지도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시작인
터미네이터1(1984)으로 시작됩니다
동일한 감독에다 주연배우들, 그리고 1편에는 사라 코너의 뱃속에서만 있던 존 코너를 등장시킨
터미네이터2(1991)까지도 명작중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타이틀로 들어간 상황에
먹튀 같은 존재가 등장했으니
터미네이터3(2003)입니다
지금까지 타임트립이라는 기초에다가 은근 카리스마 넘치는 메카닉(?)들과
성격있던 캐릭터가 융합되어 마무리에 언제나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하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완전 180도 바뀐 결말 - 우리가 안간힘을 써도 미래는 바뀌지 않았다 - 과
원숭이 같은 존 코너, 당위성 없는 여자 터미네이터, 전편들과 전혀 맞지 않는 설정파괴등...

그 다음에 등장한 시리즈의 네번째인 터미네이터 : Salvation 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을 갖고 출발한 영화입니다
1,2편의 넘사벽급 거장과 콤비가 이뤄낸 금자탑에 먹칠하지 않으면서
 또한 2003년에 거의 망치다 싶은 내용에 대하여서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줬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이번 작품의 선택은 지혜로운 것이었습니다
1. 타임트립이라는 주제를 가진 SF 물이지만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현대물이었던 영화의 시간을
 미래 전쟁의 시기로 바꾸어 우선적으로 전작들과 비교될 소지를 많이 줄였습니다
 - 이번에는 시간 여행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첫 극장판 터미네이터가 되겠습니다

2. 3편을 제외하면 1, 2편은 메카닉이 등장은 하지만 많은 내러티브들은 추격/도망 스릴러에 가까웠습니다
 말하자면 사라 코너나 존 코너, 그리고 카일 리스는 공포영화의 살인마에게 쫓겨 다니는
 주인공들 같이 묘사되었죠
 3편은 액션과 스릴러의  중도를 잡지 못하고 많은 시도를 했지만 실패한 케이스인데, 이번에 넘어오면서
 완벽하게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 전쟁영화에 가까운 액션영화가 된것이지요

3. 넘사벽급 배우들을 커버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 - 배트맨!!!
 존코너역할에 배트맨의 다크 히어로인 크리스챤 베일을 전격 기용합니다
 실제적으로 에드워드펄롱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꼬마에서 원숭이로 변한것이 너무했던 탓인지
 이번 변화는 많은 이들이 환영했습니다

결국 공격당할 만한 소지가 있는 부분은 최대한 전작을 피해가고
전작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들에서는 최고의 것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은 어느정도 맞아들어갔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이번 작품은 시리즈 숫자를 뺍니다
Terminator : Salvation 이지요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은 제외하고
(라고 말해도 이미 네이버 소개페이지만 봐도 내용의 중반까지 나옵니다)
영화의 퀄리티를 이야기 하자면
전쟁 답게 스케일 있는 액션에 충실하면서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는 수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전작들을 감상했던 분들을 위한 서비스 컷들도 요소 요소에 배치하여
나름 전작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도
노련하게 전작의 향수를 불러오는 장치들을 적절하게 배치했습니다
가장 극명한 것은 CG로 처리된 주지사 모델의 등장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전작 팬들에게는 제대로 서비스 컷이지요

내용이야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들인
어린(?) 카일 리스(존 코너의 아버지)와 존 코너를 기본으로 엮으면서
몇명의 인물들을 더 넣어 갈등구조, 반전을 넣었습니다

이번에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입니다

더 이야기를 하면 식스센스 보기 전에 '실은 브루스 윌리스가 죽었어' 라고 말하는
나쁜 친구가 되기때문에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전작(특히 1, 2편의 넘사벽급 퀄리티)들을 떼어놓고 보면
상당히 잘 만들어진 수작입니다!

PS> 우연히 접한 정보로는 원래 각본에 있던 결말은 상당히 충격적인것이라고 합니다
쇼킹하기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에서 아나킨이 베이더마스크를 쓰는 장면에 비견될 정도였다는데
스크립트가 미리 유출되는 바람에 결말을 부랴부랴 바꿨다고 합니다
 - 속편이 계획되어 있다면 아직도 그 반전의 여지는 유효하게 남아있습니다만
 모르고 보면 그냥 쌩뚱맞은 결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