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엔 헐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이 나오는 대작 영화이며 성경에 나오는 노아 홍수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소식만으로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기대와 흥분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고
작년에 캠버전으로 프리뷰 현장이 나온 것을 보자면
흥분의 도가니였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더랬다
그렇지만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많은 기독교 인사나 단체들이나 교회가 단체 관람이나 서포터즈 활동등을 철회하는 등
급기야 지금은 거의 반기독교 영화라는 낙인이 찍혔더랬다
이 영화가 대체 무엇이기에 그럴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은혜받고 온(!) 리뷰를 써보고자 한다
일단 스포일러가 없는 간단한 평부터 하자면
영화 노아는
데런감독이 성경의 틀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작가적 상상력이나 초현실적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성경적인 물음을 던지다보니 재미를 놓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던지는 질문은 상당히 다양하다
과연 하나님의 창조가 만들어 놓은 "보시기 좋은" 모양은 무엇인가와
그에 대비되는 "포악함이 가득한" 모양은 무엇인가라는
답을 찾기 쉬운 질문에서 부터
신으로 부터 인류 멸망의 계시를 받은 정의로운 인물이 겪는 갈등과 변화
그리하여 가족들로 부터도 광인으로 취급받게 되는 클라이막스
그래서 결국 계시를 어떻게 이해하여 받아들이게 되는가 라는 결론까지
던져놓은 질문은 다양하고 감독은 나름의 이야기를 던지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성경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틀을 지키려는 안전주의 노선으로 인해 길고 밋밋하며 뭐가 되려다 만 영화로 마무리 되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한 리뷰로 이어질 예정이므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여기서 접어주시면 됩니다
영화 노아 속의 이야기는
지극히 성경적 계보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창조에서 타락의 이야기와
가인의 후손이 번성하여 인간 문명을 이룩하는 장면들을
성경의 틀 안에서 보여주고 있다
(천사가 땅으로 내려와 큰 거인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시험든 이들이 많이 있지만
자세히 보자면 성경 안에서 천사의 창조는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으며
은근슬쩍 스리슬쩍 창세기에 등장하므로
노아의 시대에 저렇게 그려놓았다는 것이
성경적 흐름에서 큰 무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작가적 상상력으로 성경이 묘사하지 않은 공백을 장치로 활용할 뿐이다)
각설하고
가인의 계보와 다르게
아담의 다른 아들인 셋의 계보를 이어
창세의 조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족보로 등장하는 것이
노아의 족보이다
즉 죽음을 보지 않고 하늘로 올라간 에녹이라거나
성경 속 최고의 수명을 자랑하는 무두셀라, 노아의 아버지인 라멕 모두
아담에서 셋으로 이어지는 족보의 후손이 되는 것이다
1. 이야기의 갈등을 담당하는 하나의 축이 바로
셋 후손인 노아 가족과 가인 후손인 두발가인(을 포함한 인간 문명)의 갈등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문명의 뒷모습은 황폐해진 자연이다 나무는 모두 베어내고 자원이 되는 광물은 모두 채취하고 사냥을 통해 동물들을 잡아먹는 모습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모습과 그에 대비되어 나타나는 "하나님 보시기 좋은" 모습을 유지하는 노아의 가족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은 조화이다 (명시되지 않지만) 체식으로 삶을 유지하며 필요하지 않은 경우엔 동식물이나 자원을 함부로 취하지 않는 모습 이것은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는 "생육하고 번성하고 다스리라"는 문구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의 차이이다
두발가인의 대사는 그에 대한 극명한 오해를 보여준다 "자연은 우리에게 식량으로 주어진 것" 이라거나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었으니 그렇게 살아간다"는 대사는 그가 가진 "다스림"에 대한 오해를 보여준다 그에게 있어 "다스림"은 생명을 자신의 마음대로 빼앗을 수 있는 "신과 같이 됨"이며 임의대로 자연을 이용하며 필요 이상의 탈취를 하는 "정복"이다 그에 대비되는 노아의 가족이 시종일관 보여주는 자연을 대하는 "다스림"의 모습은 조화로운 "보살핌", 상생의 성격이 강하다
2. 그와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갈등의 축으로 등장하는 것이 노아가 받은 짤막한 환상이다 "정의"를 갈구하는 "평화주의자" 노아에게 온 하나님의 환상 계시는 인간의 타락 역사와 더불어 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심판이다 이 갈등은 주로 노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으로 작용하며 영화 안에서 노아의 성격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또한 여기서 노아의 성격이 순식간에 오락가락한다고 이해하여 이입되기 어려웠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결론부까지 노아는 약 3~4번 정도 다른 캐릭터가 되는거 같다)
2-1 계시를 받기 이전 가족을 사랑하며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각오를 한 가장이면서 갈등의 상황에서 자리를 옮겨 피하는 "평화주의자"이면서 "정의"를 추구하는 의로운 인물로 그려지는 노아이지만 멸망의 예언을 받고 나선 그것을 "정의"라는 틀으로 이해하는 것이 노아의 캐릭터이다 (어랏, 자베르?) 또 다른 환상의 실마리로 나온 무두셀라를 찾아가 좀 더 깊은 환상으로 얻게 되는 것이 인간의 "포악함이 가득하여" 덩달아 멸망당하는 운명이 된 각종 동물들에 대한 구원의 계획을 실행하면서 노아의 인식 안에서 그것을 "정의"로 받아들이는 것이 초반부 노아의 캐릭터라면
두발가인과의 갈등을 겪고 사람의 딸인 가인의 후손을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 "말세"의 인간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인간의 공통된 죄성)을 발견한 후의 노아는 또 다른 인물이 되어 있다 2-2 어떤 형태이든 생명을 존중하며 갈등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삶의 터전을 기꺼이 옮기던 인물이 새롭게 이해한 계시는 "공통된 죄성"을 가진 인류를 모조리 말살한다는 것이었으며 이 인류 말살에는 자신을 포함한 자신의 가족도 포함된다는 깨달음이다 이것을 통해 바깥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 역시도 애써 외면하는 비정한 "정의"를 수행하는 모습이 나오며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의 갈등 역시 최고조에 이르게 되고
자신과의 갈등도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가장 극단의 갈등인 계시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손녀를 직접 죽여야 하는 상황 2-3 여기에서 가족들과 나타나는 갈등은 "정의"와 "사랑"의 갈등이다 (자베르 맞네...)
공의로운 하나님에게 어떠한 악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악의 근원이 되었던 인류를 모두 말살해야 한다는 "자신이 이해한" 계시와
가족애와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받았다고 믿는 계시를 거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