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9. 18:41

며칠 전 창조과학회와 관련되어
한 유명 목회자가 그랜드캐년의 창조과학회 견학 패키지를 체험하고
그에 대한 간증을 써주시는 바람에

창조과학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창조과학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넘어서서

창조과학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믿음이 없는 것이며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에 따라 제 블로그에도

창조과학에 대한 문제들을 지적하는 글이

하나쯤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그 전엔

그냥 "성경을 과학 안에 우겨넣지 말라" 정도로
아주 간단히 통하던 이야기였는데

역시나 집단의 힘, 유명한 목사님의 힘은 크네요


1. 창조 과학은 창세기가 아닙니다
성경 66권 중 첫 장이자 세상의 시작을 묘사하는 창세기는

경전의 시작을 알리는 권입니다만

창조"과학"의 키워드는 성경 해석에 있습니다

"과학"을 인용해 하나님의 창조를 증명한다는 것인데

세상의 시작, 창조라는 것은

철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정확한 규명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정확히 세상이 시작되던 그 시기에 그 장소에서 그것을 목격하고 증언하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적혀진 문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화자는 어떻게 "무"인 세계를 목도하는 "유"가 될 수 있는지

검증이 안되는 무한히 순환하는 오류에 빠지는 것입니다

일단 그런 관계로 세상의 시작, 창조는 검증의 영역이 아닌 믿음의 영역입니다
즉 창조과학은 창세기 그 자체가 아니라

창세기를 해석하는 하나의 틀입니다


2. 신앙은 과학적 논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주 고백하는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셔

혹독한 고문을 받고 죽으신 뒤에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예수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논증이 불가능합니다


여러분은 미혼모가 생기면 아빠가 응당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과학적으로, 정자가 없이 난자 혼자 태아를 만들지 못합니다

사람이 사망선고를 받고 무덤까지 들어가서 3일이 지났다면

특히나 심각한 고문을 받아 만신창이가 되어 죽었다면,

아주 과학적으로, 가망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서

여러분은 매주 신경을 통해 고백하는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사 고문당해 죽으시고 삼일만에 부활하셨다는

믿음을 담대히 선포하지 못하시거나 그 믿음에 거리낌이 생기십니까?

왜 창조 이야기에선 유독 이렇죠?


"과학"이 규명해줄 수 없는 영역인데

여기에 과학을 들이밀면서 아주 심각한 왜곡이 생깁니다

성경에 나온 시적 은유적 표현을 문자적 과학적 정량적 이해로 받아들이는거죠

아주 간단히 성경속 창세기에 세상이 6일만에 창조된 서술이

지금 우리가 통용하는 시간인 144시간만에 만들어졌다는 서술과 동일한건가요?

과학의 잣대로는 동일하지만 신앙의 잣대로는 동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은 과학적 잣대도 이어서 설명드리겠지만 동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창세기의 풍성한 텍스트는

낮이 되고 밤이 되니 하루가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기준을 삼으면 지구 안에서도 하루가 다 다릅니다

극지방과 적도의 하루는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또한

창세기에 서술된 첫째날의 빛이 태양이 아닌 이상

지구가 다음날 생성되어 자전을 한다고 (양보)하더라도

태양을 보면서 빛과 어둠을 구분하여 밤과 낮을 나누는 하루가 아니라

빛이 어떤 움직임 어떤 활동을 할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24시간으로 하루를 정의하는 것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창조과학"의 오류는 수도 없이 도사리고 있으며
오히려 이런 방식의 창세기 해석은 독이 됩니다


3. 창조과학은 그런 결과로 성경 해석의 오류를 극심화시킵니다

지금의 창조과학회가 하듯

창세기 1장의 창조과정과 2장에 서술된 창조의 과정을

한 쪽은 과학 다른 쪽은 고대 근동의 서술로 이해하면서 '끼워 맞추는' 형태를 갖고 옵니다


창세기 1장과 2장의 다른 서술에 대한 창조과학회의 주장


즉, 이렇게 어느 측면은 과학을 이야기하고
다른 측면은 고대 히브리어의 단어적 의미를 말하며
또 다른 측면에서는 역사적으로 저술 된 시기와 방법을 말하는 상황이면
해석법의 일관성도 없을 뿐더러
내가 믿고 싶은 쪽을 믿는거지 성경의 진짜 진술을 믿는게 아닌 결과로 나타납니다

목사님이 노아홍수의 증거를 보았다고 이번 글에 적으셨더군요

그랜드캐년에서 보여주는 창조과학회의 "프로그램" 압니다

지층을 보여주며 전지구적 대 홍수를 통한 격변이 일어난 증거라고 주장하는 것 말입니다

한 때 창조과학빠였던 입장에서 모를 리가 있나요...;;;


그래서요?

노아의 홍수가 주는 메시지는 홍수가 전세계에 있었다에 방점이 있는게 아니라

그럼에도 하나님이 의인을 들어 인류를 다시 시작하도록 기회를 주셨다

무지개로 화해의 징표를 삼아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으신다고 약조하셨다

아닙니까?

결국 성경이 풍성한 텍스트와 은유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뒷전으로 미루고

과학적인 검증의 영역으로 낮춰 버림으로써

성경 자체가 전하려는 가장 강한 메시지를 희석시키기도 하고
그 자체가 오류를 더욱 극대화시키는 상황을 갖고 옵니다


뭐 더 길게 쓰자면 창조과학회를 공격하는 글이 될 소지가 다분한지라

이렇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신문에 실린 창조과학에 대한 평가를 링크로 걸어놓겠습니다

창조과학, 성경은 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한가?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