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5. 15:09

엇그제는 아내님의 은덕을 입어
영화를 한편 보러 극장에 갔습니다

원래는 극장에서 힘을 못쓰는 엑스맨 아포칼립스를 보고
왜 이런가....라는 생각을 하려고 갔는데
가서 보니 '정글북'이 개봉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평일 저녁 극장에 잔여좌석은 약 300석

제가 도착한 시간은 9시 30분인데 영화 시작은 9시 40분

별 고민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보게 된 영화가 정글북입니다



출연진이 화려하기도 하고

요즘 뭘 해도 대박 가까운 것을 건지는 디즈니의 영화인지라
기본 이상은 할 것이라는 기대를 좀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아이언맨시리즈를 지금의 궤도에 올려놓은 존 파브로,
발루에는 빌머레이, 바기라에는 벤 킹슬리
해외에서의 평도 간만에(심지어 아발론 이후 처음으로) 3D로 볼만한 영화가 나왔다는 평이어서
이거 괜찮겠구나 싶었습니다만
불안한 점은 마감 10분전, 잔여 300석...;;;


어쨌든 영화를 본 느낌은
최대한 스포 없는 상태로 진행하자면
이야기는 원작을 잘 믹스해놓았다
특히 애니에서 나왔던 몇몇 요소들은 적절히 잘 살려놓았다
애니였기에 가능했던 장면들이 CG로 구현된 동물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살아났고
디즈니 애니 특유의 뮤지컬적 요소를
큰 무리없이 극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배치했다

그리고 요즘 디즈니의 추세인
"알고 보니 저놈도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었어" 라거나
"내막에는 이런 반전이 있었지" 같은 장치는 별로 없는 편이다
이런 시도는 특히 디즈니 애니의 실사영화 시리즈에서 계속 이어지는 방식으로
'신데렐라'와 '말레피센트'에서도
계모의 사정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배치하고
말레피센트의 경우 주인공부터 말레피센트여서 선역기믹을 주는 등
원작 뒤집기나 원작의 악역 재해석을 넣는 것이 있었으나
이번 영화에선 그런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물론 시어칸이 왜 모글리에 그렇게 집착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원작에서 나온 느낌의 악역 이미지는 변함이 없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CG에 힘입어
상당히 무섭고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이 되었다

그 외에도 원작에서 모글리를 납치해가는 원숭이들과 원숭이의 왕 루이도
자연스러운 CG를 바탕으로
위기감이 넘치고 정말 위험해보이는 악역이 되었다

훌륭한 그래픽 기술의 힘으로
전반적으로 아름답고 경이로운 풍경도 그렸고
스펙터클한 액션들도 만들어냈고,
강력한 이미지를 남기는 캐릭터들도 만들어냈는데
그 덕분에 12세 관람가를 받았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던 장면들도
같은 텍스트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상당히 무섭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물론 정말 재미있고
정말 잘 짜여 있으며
버릴 구석이 없는 암시와 복선을 군데군데 깔아놓았고
(애니와 소설 둘 다) 원작에 대한 리스펙트를 몇몇 부분에서 보여주는 등
흠잡을 곳이 없는 영화이긴 하다만
큰 아이가 무서움 많은 8살 여아인 아빠 입장에서는
리얼함이 오히려 같이 못보게 되었다는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그런 영화였다
그렇지만 영화만을 놓고 본다면
흠잡을 곳이 별로 없는 강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