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30. 15:34
아버지학교라는 곳에 대한 좋은 점만을 적어놓다 보니
상당히 이상적인 학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에게나 잘 들어맞고 어느 누구에게나 최고가 되는
모임이나 학교는 없는 법입니다

아버지학교에서도 역시나 그런 부분들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런 부분때문에 매주 토요일마다
아버지학교에 참석해야 하는지를 갈등했으니 말이지요)

1> 아버지학교에 가장 적합한 대상은 구세대의 권위적이거나 왜곡된 아버지상을 가진 가정의
아버지 당사자나 그런 가정에서 자라 아버지에 대한 쓴 뿌리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 제가 좀 특별하게 당한(?) 경우인지 모르지만
 저희 조장님이 열심히 주중에 보내주는 문자메시지의 내용이 대부분....
 ' 가정의 아픈 역사는 형제님으로 끝내야 합니다' , '아버지의 권위는 억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내용이다 보니...
 왠지 어린 시절에는 피서철마다 여기 저기 가족 여행 다니고, 아버지 출퇴근때 얼굴에 부비부비했던 저로서는
와닿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사람은 문제가 없는 우리집에 문제가 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격려(?)의 문자를 보내는구나' 라는
살짝 삐뚤어진 마음까지 품게 만드는 역효과였다고 보입니다

 - 수업의 커리들 자체도 아무래도 문자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하고
 나눔의 중심 주제도 그렇다 보니 제게 있어서 '배움의 기회' 라기 보다는 '느낌의 기회'가 많았습니다
 
 우연히도 같은 조에 
 '이제 5살바기 딸이 너무 편한 아빠를 보며 맞먹으려 해서 아버지학교에 왔습니다' 
 라는 고민을 가진 아버지가 있었는데,
 아버지학교는 이론적인 부분이나 수업 내용에서 이와 같은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단지 아버지라는 역할이 갖는 중요함에 대하여 아버지 자신에게 인지시켜줄 수 있겠지만....

2> 아버지학교는 적어도 자녀와 간단하게라도 대화가 되는 나이에 접어들면 참여하길 권장합니다

 - 이 부분도 앞의 커리에 연결되어 설명드려야 할텐데,
 자녀와의 데이트, 자녀의 좋은 점 20가지, 자녀에게 매일 허깅하기 같은 과제를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시기는
 지금의 제 시기는 아니다 보니 말이지요
 (이제 5개월 지난 우리 딸은 매일 허깅(?) 안하면 서지도 못하고 매일 데이트(?) 안하면 잠자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장성한 자녀를 키워놓으신 저희 조의 연장자 두분의 이야기는 자신들이 30대때에 이런 강좌를 들었다면
정말 좋았으리라 이야기 하지만,
 정작 30대 초반에 이제 갓난아이를 자녀로 둔 아버지로서는 숙제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아내의 좋은 점 20가지 찾기, 아내와의 데이트 등도 아직까지는 신혼이라고 할 수 있는 저희 부부에게 있어서는
 그리 어렵거나 새로운 숙제는 아니었다고 보입니다
 (물론 상황이 매우 특수하거나 어려운 환경의 가정이라면 젊은 나이에도 아버지학교는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 수료식날에는 아내를 함께 불러서 수료식을 진행하는데 저희 아이가 가장 어렸고
 그렇다 보니 신생아나 영아들을 위한 배려는 찾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제 성격의 문제지만 전 이것때문에 상당히 수료식 내내 마음이 무거웠구요) 

3> 열린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왠만하면 비기독교인은 '열린 아버지학교'로 추천하고 그냥 아버지 학교에는 보내지 말길 권합니다
 
 - 아버지학교는 좋은 전도의 기회가 된다는 이야기를 내부/ 외부적으로 많이 합니다
 그리고 실상 아버지학교의 기본 컨셉은 종교를 뛰어넘은 가정 회복 운동이며 사상적 근거를 기독교에서 가져오는
형태로 구성됩니다.
 근데 이게 아버지학교의 컨셉을 오히려 모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교회의 집회로 보자면 준비찬양에 해당하는 음악들은
 '젊은 그대' ,'애모'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시월의 어느 좋은 날에' 같은 곡들으로 선곡하고
 정작 강사들은 *** 목사님이 맡습니다
 강사들이 목사님이라는 부분 자체에 문제는 없겠지만,
 다섯번의 강좌 중 세번 정도.....강사 목사님들의 화술은
 제 개인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상당히 '무례한 기독교'인의 모습이었습니다
 
무례한 기독교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리처드 마우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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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리에 서면 누구나 똑같은 사영리를 이야기하고 복음을 전할것이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역시나 그 화술의 배려 없는 불친절함 때문에 함께 있던 불신자들의 반응에 노심초사하며 강좌를 들었습니다

 다시 찬양(?)으로 돌아가서.....기독교의 색체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면 제대로 감추거나
 드러낼 것이라면 대놓고 기독교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선곡의 어느정도는 위에 같은 반면 갑작스럽게 '하나님께서 당신을 통해' , '온 맘 다해' 같은 곡들이
 튀어나오는 것은 말 할 것 없고 (아버지 학교 주제곡이 '일어나라 하나님의 사람들이여' 입니다...)
 사회자의 언어에서도 '준비 찬양을 해주신 찬양팀에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라는 멘트는
 나에게 있어서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애모, 젊은 그대를 갖고 우리는 무엇을, 누구를 찬양한 것이지?' 라는 질문을 속으로 던지게 만들었으니까요

 - 반면 어느정도 이해는 가는 면입니다 전체 참석인원 70여명에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은 8명이었으니
 전체적인 모임 분위기가 기독교적이더라도 큰 무리가 없었고
 그 기독교적 화술이 무례하고 배려 없더라도 문제 삼고 걸고 넘어갈 분위기도 아니었으니 말이지요
 오히려 교회가 아닌 구청이나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열리는 '열린 아버지학교' 라는 프로그램이
 불신자들이나 전도 대상자들에게는 어울릴 듯 합니다.


총평 > 아버지학교의 좋은 점을 적은 지난 소감과 다르게 이번에는
 쓴소리만을 적은듯 합니다만, 아버지학교를 가면 누구에게나 좋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제게 있어서는 5일을 들여서 있을 만한 좋은 것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앞서 깊은 상처가 치유되는 가정의 경우에는 이 조차도 짧다고 아쉬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두번 정도의 강좌와 5시간이나 들어가는 수료식 대신에 담백하게 진행되는 3시간 안쪽의 수료식이면
 제게는 만족도 100점짜리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즉, 아버지학교는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효율적은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는 것이 제 소감이 되겠습니다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