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20. 10:26
이권희라는 이름을 빼면 딱! 기획앨범 느낌이 나는 이 앨범에 대한 소개는
자뻑(!)으로 흐를 확률이 큰지라 왠만하면 안할까 했는데
오늘 프로듀서인 이권희씨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그리고 오 가는 차 안에서 진지하게 앨범을 들어본 결과...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부류의 음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ㅎㅎ)
앨범에 대한 소개는 한번쯤 있어야 할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엔드유저에게는 환영받고 매니아들에게 평가절해되는 음악을 하는 이들에 대한
다른 시각을 소개해보았으면 합니다

1. 들어가면서....
회사에서 이권희씨와 관련되어 제작된 앨범은 이제 2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장 모두 나에겐 홍보 진행을 하며 항상 딜레마가 생기는 앨범이었습니다
딜레마의 원인은 CCM 매니아들에게 항상 권희씨가 공격받아왔던 '항상 같은 음악' 이라는 점과
내가 항상 고민해 왔던 가사와 생활의 접점을 찾기 어렵더라는 점이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앨범에 대하여 개인적으로는 탐탁치 않았지만 홍보를 진행했다는 이야기입니다)

2. 이번 앨범에 대하여...
이번 앨범을 받기 전에 이전에 홍보를 진행했던 앨범을 다시 들어보았습니다
가사와 내용들을 다시 꼼꼼히 씹어보았지요
가사가 직선적이고 투박합니다
(머리 굵은 이들이 좋아하는 종류의 가사는 아니지요
'절망의 물고기를 먹고....희망을 노래하는' -정호승 시인의 '시인 예수中
같은 종류의 가사를 만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지금까지의 제가 그다지 반기는 가사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근데 이런 가사에 대하여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을 하자면
설교의 스타일이 다른 설교자를 만난 느낌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 설교의 깊이가 얕다 깊다를 논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제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필담을 잘하는 바울 스타일의 논리적 성격이 있는가 하면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직선적인 말을 잘 던지는(반면 글은 못쓰는) 베드로 같은 성격도
있는거지요.
제가 만나기로 이권희씨는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3. 곡 자체에 대하여...
이런 평을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성향의 사람도 아닌데,
억지로라도 들어본 평을 내려보자면 이번 예수 1, 2, 3집 그리고 아버지 1, 2, 3집에서 보여준 나름의 흥행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인 즉슨,
만들어 놓은 멜로디 라인이나 편곡된 연주들이나 그에 맞추어 들어가는 직선적이고 투박한 가사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신학을 전공한 목사님, 전도사님들이 신학적으로 묵상하는 고뇌보다는
좀 더 투박한 고민과 고난, 헌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작사에 적합한 멜로디로 흘러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12곡과 3곡의 MR은 모두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최상의 퀄리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4. 조금 더 나아가서...
예수 시리즈와 아버지 시리즈 그리고 이번 앨범까지....
모두 이권희씨가 몽골, 네팔, 히말라야, 일본등의 선교지에서 만난 하나님에 대하여 노래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곡에서 나오는 '살을 에이는 추위','찌는 듯 한 더위','배고픔','죽음' 이라는
직선적이고 1차적인 육체적 고난을 많이 노래하고, 혹은 극단적 고난과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생활에서 소소하게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과의 접점을 찾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지극히 소승적인 신앙관을 갖고 있는 제게 있어서 그런 부분이 좀 크게 작용한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사진과 함께 제공되는 부클릿의 묵상들은
곡의 배경을 설명하는데에 부족함이 없고
이권희씨와 대화하며 들은 이야기로는 조만간 남극으로 선교를 갈 예정이라 합니다
노래의 내용에 대하여 논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도 만나게 될 음악은 선교적인 마인드가 투철한 음악이 될 듯 합니다

5. 앨범에 대한 평가절하...
이권희가 만들어 낸 최대의 히트작이라고 한다면 '사명' 을 들 수 있겠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격하는 요소는 모든 다른 곡들이 '사명'의 연장선이고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들입니다
제가 적극 변호해야 할 이유도 없긴 하지만, 비단 이게 이번 앨범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음악 파트너인 히사이시 조가 만들어왔던 음악들이 보여주는
동일성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히사이시 조에게 잇어서 '바람 계곡' 과 '동막골'의 풍경은 비슷한 멜로디와 구성으로 표현되듯
이권희에게 있어서 '몽골'과 '네팔'의 풍경이 비슷한 멜로디와 구성으로 나온것은
많은 작품을 만드는 한 작곡가에게서 나올 수 있는 동일한 성격(!) 이라는 결론입니다

(이 부분은 대부분 작사작곡, 가창을 함께하고 있는 CCM 장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4~5집 정도 넘어가면 대부분의 노래들이 다시 반복됨을 느끼는거....)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