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3. 14:48
조금은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크레이그 데이빗과 휘성이 둘 다 인섬니아(Insomnia - 불면증) 라는 곡을 발표했습니다
전략적으로 두 가수가 공동전선을 형성한 경우입니다

전 요근래에 반복적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두 곡을 번갈아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두 곡의 노래의 가사 내용은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영어 버전
I never thought that I'd fall in Love Love Love Love

한글버전
내가 다니는 길은 Love Love Love Love

그 어느 가사에도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Love 반복구뿐이지요...

가장 절정으로 치닫는 다른 내용은 곡의 후렴이 되는 부분입니다

영어버전
Because I can't sleep til you're next to me
No I Can't live without you no more

한글버전
바늘같은 걱정을 달고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

단순 비교를 하자면 상당히 다른 내용의 가사가 원본을 훼손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만
구지 가장 틀린 내용을 담은 후렴 첫 구절을 예로 들어보인 이유는
골자인 내용은 따르면서 자의적인 번역과 해석을 따르고 한국적인 감성에 오히려 더 어울리는
불면증의 이야기를 담은 한글가사는
오히려 원본과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바늘 같은 걱정' 이라는 표현은 한국어가 아니라면 그 맛을 살리기 어려운 가사이겠구요
가령 직역을 한다면

그대 없이 난 잠을 못이뤄
그대 없이 난 살 수 없어
 (음가 음절을 고려하여 최대한 직역에 가깝게 살린거긴 합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근데 이 번역본은 나름 음가도 살렸고 그 안에서 '그대' 로 시작하는 문장에 '어' 자 돌림으로 끝나는 압운까지
모두 충실하게 지켜서 만들었지만
그다지 와닿지 않는 번역이 되겠습니다

매번 계속되어 지적되는 부분이었고
많은 분들이 기독교쪽의 가사 번역승인을 담당하는 단체가 유연하지 못함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번역 가사가 느낌을 반감시키는 경우들을 종종 봐왔고
문제로 생각합니다만, 이 부분은 원저작자인 외국의 아티스트들이 원뜻에 가장 가까운 번역을 원한다면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무리하더라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번역승인 절차에는 한글가사를 다시 직역하여 영어로 써 보내주기도 합니다)

더욱 크고 심각한 문제는
한국 작곡가가 만들어놓은 곡임에도
순수 한글가사마저 외국 번안곡의 느낌같은 특유의 문법 파괴와 어순변경
그리고 외국어스러운(?) 표현을 많이 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회중찬양, 예배음악에 유독 외국곡이 많아서 그런지
한국 작곡가, 작사가들의 곡들 중에도 특히나 예배곡에서는
마치 외국곡을 한국어로 옮긴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표현이 천박(?)하더라도
'닭똥같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립니다
 당신의 사랑을 무엇에 비교할까요?
 골백번을 고쳐죽어도 갚을 수 없는 이 사랑'
같은 가사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큰 제 욕심일까요?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