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3. 15:47
Part 3 까지 읽어보았습니다

뭐랄까....
 특별한 마케팅이 없이 온전히 음악과 공연의 입소문만으로 떴다고 본인들은 주장하는
'브로콜리 너마저' 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사례를 보면서
우연에 감사하고 있다는 허탈한 결론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지독히 담담하면서 현실적인 결론이라고 해야 할까?
 혼란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아직 다 읽지도 않은 마당에 이야기부터 풀어내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만...)

첫장에 첫 태동기를 다루는 장면에서 나오는 몇 몇 이야기들은 상당히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음....

*대박 깔끔하고 살벌한 실력으로 메탈리카나 너바나를 카피하는 동아리나 밴드보다는
허접한 실력으로 자작곡을 만드는 동아리들을 더욱 높게 평가한다는 대목이라거나

*엄청 출중한 스킬이 없어도 좌중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퍼포먼스가 있으면 먹힐 수 있다고 하는 대목
- 이건 후에 장기하가 '공연은 보러 오는거지 들으러 오는게 아니쟈나?' 라고 말하며
 미미시스터즈를 붙여서 공연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됩니다

*기존 민중가요를 기반으로 하거나 동아리 문화의 주축이 되어 있는 학생회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좋지 않은 기미를 보였거나 무시했다는 대목

정도가 상당하게 재미있는 생각들을 던져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얻은 교훈(?)이라면 무언가 색깔이 있는 팀이 즐거운 퍼포먼스를 갖고 있다면
기존 세력에게 반발은 받겠지만 적어도 공연에서의 호응과 재미는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정도가 되겠고
 그러하다 보니 공연 위주로 흘러가는 문화를 갖고 있다면 상당히 파고들 구석이 많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 책에 함께 들어 있는 샘플러CD에 나오는 음악들은 하나같이 재기발랄합니다
       여전히 제 마음에 포크의 비가 내려 삽질을 하니까요...ㅡㅡ;

솔직히 첫 태동을 읽고 매우 두근 거리는 기대를 하고 책을 덮었다가

다시 꺼내어 들고 읽은 뒤로 나오는 취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레이블 이야기나
자신들이 대놓고 밝히고 있는 자신들은 소심하고 게으른 남녀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보면 허탈한 웃음까지 나오고.... 혼란스럽지만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그들이 예를 들어 말하는 슬램덩크의 명장면들
 '나는 정대만이다. 나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같은 멘트들을(???)을
 기대하면서 책의 진행을 예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예상을 유쾌하게 엇나가면서 얻는 재미도 쏠쏠하군요....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에 관한 선언문같은 문서 역시도 대충 갖다 붙인 말들이고
그럴싸 해 보이던 구호나 문구들도 오해와 소통의 오류 속에서 탄생한 것임을
솔직하게 밝히는 모습이 주는 묘한 쾌감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나름 아등바등하며 기획사에서 좋은 문구를 짜내려는 입장에서는 화나기 까지 합니다)

반면 지나치게 담담하고 소심하게 진행한 현실 분석을 통해
자신들이 품어줄 그릇이 안되어 보냈던 그들의 첫 메이저 밴드인 '브로콜리 너마저' 라거나
스스로 말하길 밥줄이라고 하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성공기를
마케팅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노래의 역량과 우연에 돌리는 것은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보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다 읽게 되면 더 이야기를 할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본 책의 중간까지 봤을 때는.....

재미있고 유쾌한 책이지만, 상당히 소심하고 담담하며 현실적이어서
강철 의지를 가진 노력파 집단의 성공기를 기대하다간 실망할 가능성이 큰 책입니다.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