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1. 20:32
몇 일 전부터 문득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부쩍 음악이라는 것의 가치가 바닥을 치면서
어렴풋이 느꼈던 것이지만
이제 좀 더 표현할 방법이 보이는 무엇입니다

"요즘의 음악은 무엇인가?" 입니다 

 우리는 음악이 과잉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옛날과 음악을 대하는 모양도 틀려졌고 음악에 대한 해석도 많이 틀려졌습니다
그게 좋은 방향이고 가치를 높이 인정하는 쪽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정 반대의 방향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희소했던 음악이 주는 고상한 가치는
넘쳐나는 음악으로 바뀌면서 상당히 하락했습니다

재생시간만으로 따져도
하루 1시간씩 한달 내내 들을 수 있는 음악의 1년치가
하드에 묵혀진 사람들도 꽤나 많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음악을 선별해서 듣게 되고
정작 보유하고 있으나 안듣게 되는 음악의 가치는 하드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어
없느니만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비슷한 맥락의 푸념 글은 쓴 적 있습니다

2009/10/08 - [CCM通/넋두리] - Roomside가 보는 음악 산업의 미래


LP판의 단가가 크고 전축이 비쌀 시기에 고상한 취미였던 음악 감상에서 시작해
누구나 검색어 한번 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취미의 축에도 못끼게 된 음악 감상까지
그래서 음악의 가치 하락에 대해 논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글에서는 무슨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실겁니다
(솔직히 다른 이야기는 없습니다. 상황이 나아지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요즘은 음악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소비되고 있는지를 궁리해봤으면 합니다
여기서 소비된다는게 멜론으로 산다, 아이튠즈에서 산다 같은 이야기가 아니고
어떻게 청취하는지 궁리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주로 음악을 어떻게 듣고 계십니까?
제 경우에는 주로 출퇴근길 차 안에서 듣습니다
같이 출퇴근하시는 분들을 봐도 비슷합니다
학습지를 눈으로 읽거나 책, 신문을 읽으면서 음악을 틀어놓죠
그야 말로 배경음악(BGM)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도 마찬가지이고
가사일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걸어갈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을 소비하는 형태는 배경(Back Ground Service)화 되어가고 있죠
음악 감상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투자하되 심심하지 않게 음악을 배경에 까는 것입니다

이제 부터는 음악가에게 있어 힘든 이야기겠지만
이것이 어찌 보면 좀 더 나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음악 감상이 취미인 고상한(!) 사람들만이 고객이었다면
이제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주부, 학생이 모두 고객입니다
이들이 음악 감상을 구지 취미로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이고
그저 그들의 주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배경이 될 음악을 제공하면
그들이 충실한 고객이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충성심을 기대할 수 없는 고객이라는 것이 맹점입니다)

음악하시는 분들은 지금 뭔가 말이 될 듯한데 받아들이기 어려우시죠? 
창작의 주권을 창작자가 쥐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일겁니다

그런데 제대로 읽으신겁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앞으로 음악을 만들며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창작자의 주권을 소비자에게 맞추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특출난 소수의 음악가들은 스스로의 창작영역을 구축하고
독창적인 음악을 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음악인들의 생존 전략은 (음악으로만 살겠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음악을 맞춰 잡는 식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1. 이지 리스닝 과 2. 번들링 이 되겠구요 

둘 다 결국 무언가의 배경음악이 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지만
조금 틀린 성향의 것입니다
이지 리스닝이라는 것은 음악 자체로 상품화 시킬 수 있는 것이고
번들링 이라는 것은 음악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상품에 끼워 파는 것이니까요

둘 다 음악 자체가 주는 아우라 보다는
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의 음악이거나
원래의 상품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음악이 되겠지요
Posted by Room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