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3. 11:12

CCM이라는 뭔가 있는 듯 없는 듯 한 울타리 안에서 홍보일을 하다 보니

여기서 음반 만들고 음악 만들려는 사람들이

대부분 비슷하게 놓치고 가는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이 뭐냐면 "내가 만드는 이 음악을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은가?" 이다

 

대부분 아주 순수하게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싶어요" or "하나님께 영광 돌리려고"라고 대답하는데

그렇다면 음반이나 음악으로 구지 만들 필요도 없다

하나님은 그냥 생각만 해도 뙇 싸이코뮤 시스템으로 당신 머릿속에서 구상된 음악을

주르르륵 아시고 그대로 받으시니까 말이다

 

그래서 생각했나보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전하고 싶어서"

라고 하는 말이 나온다

근데 그럼 (지금 이 한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한국어로 음악을 만들고 있는가?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전할" 목적이라면 차라리 영어가 나을거 같다

그렇다면 목적을 좀 수정해보자

"한국어를 알아듣는 사람들, 주로 한국 사람들에게..."

근데 전하려는 그것을 담는 언어라는 것을 보면 또 이것도 의심을 받게 된다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 이라는 가사에 '긍휼'을 과연 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쓰는걸 본 적 있던가?

' 엎드려 자복함으로' 라는 가사는 어떤가? '자복' 이라는 단어도 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쓴걸 본 적 없다

그렇다면 "전하려는 대상"은 "교회안에서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 인건가?

 

물론 처음부터 교회안의 성도들을 향해 나눔을 하고 싶은 곡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워십곡들의 대부분이 그럴 것이고

깊은 묵상을 담고 깨달음을 담아 음반에 우려내 녹인 경우들도 심심치 않게 보니까 말이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예수 믿으세요" 라고 하는 후렴구를 공허하게 서로에게 불러대는 상황은

촌극이 아닐 수 없다

교회안에서 찬양시간에 그 자리의 누구를 향해 "예수 믿으세요" 라고 하는건가?

 - 차라리 "예수님은 쎄요" 라고 부르는 것이 회중들이 함께 부르기에는 더 어울린다

 

부디 한번만, 곡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면

그걸 누구와 나누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다음 가사들을 붙여보자

"전하고" 싶다면 전달 받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언어로

"나누고" 싶다면 나눔 받는 사람들이 좋아할 형식으로...

 

이게 (대부분은 무시하는) 첫 걸음이다

Posted by Roomside